• 최종편집 2024-11-21(목)
 
  • 국정원, 내부 감찰 착수

[이코노미서울=정치팀] 수미 테리 미국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이 지난 16일 미 법무부에 신고하지 않고 한국 정부를 위해 일한 혐의로 미 연방 검찰에 의해 기소된 것과 관련해 국가정보원과 외교부가 후속 조치에 착수했다. 그럼에도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각국의 대미 정보전이 치열해지고 있는 시기에 이번 사건이 터져 우리 정보·외교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는 커지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우선 이번 사건과 관련해 내부 감사에 착수한 것으로 21일 알려졌다. 정보 소식통은 “이번 사건에 연루된 요원 3명 중 한 명은 이미 퇴직했고 다른 두 명은 현직”이라며 “현직 요원 2명에 대한 (감찰) 조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고 했다. 2급 간부인 A 요원은 최근 보직 해임됐다고 한다. 국정원은 해외에 파견 근무 중인 B 요원도 본부로 소환해 감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A·B 요원은 문재인 정부 시절 미국에서 근무했고, 선후임 관계다.

 

미 검찰의 공소장에 따르면, 테리 연구원은 2013년부터 10년간 뉴욕과 워싱턴 공관에 외교관 신분으로 파견된 국정원 요원 세 명과 만나 비공개 정보를 건네고 한·미 정부 관계자들 간 모임을 주선하는 등의 활동을 했다. 미 당국의 실시간 감시를 받는 국정원 요원들이 그 대가로 테리 연구원과 외교관 차량으로 동행해 명품 브랜드 핸드백과 옷을 사주고, 외교관증으로 면세 혜택을 받은 사실이 공소장을 통해 드러나면서 ‘자질 논란’이 벌어졌다.

 

정보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불거진 배경과 관련해 의도적 정보 유출 가능성도 점검해봐야 한다고 말한다. 한 정보 소식통은 “국정원 요원 활동이 상대국에 노출됐을 땐, 내부 유출자 여부도 탐지해보는 게 정보기관의 프로토콜”이라며 “이른바 두더지(정보 기관 내의 적 스파이) 색출 작전도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또 소식통은 “미 검찰이 테리 연구원을 체포까지 하면서 떠들석하게 사건을 진행한 이유에 대해 국정원 내에서도 말이 많다. 해묵은 인사 갈등과 겹쳐 책임 소재를 갑론을박 중”이라고 했다.

 

올해 상반기 북핵 업무를 담당하던 기존의 한반도평화교섭본부에 정보 분석 조직을 추가해 ‘외교전략정보본부’로 조직 개편을 했던 외교부는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외교부는 정보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달 미 국무부 정보조사국(INR)과 교류·협력 확대를 위한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한 외교부 당국자는 “트럼프 측 핵심 관계자들은 집권 1기 마이클 플린 초대 국가안보보좌관이 2016년 대선 기간의 러시아 대사 접촉 문제로 해고·기소되는 것을 봤기 때문에 그러잖아도 외국 인사와의 만남을 극도로 조심한다”며 “대선 캠프에 속하지 않은 전문가들마저 당분간 한국 인사와의 접촉을 꺼릴 것으로 예상돼 대책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외교부는 싱크탱크나 미국 대학을 대상으로 하는 ‘공공외교’ 전반에 외국대리인등록법(FARA) 위반 문제가 없을지에도 법률적 검토에 착수했다. 한 당국자는 “공소장에 담긴 사실 중 싱크탱크에 기부금을 내고 학술회의나 기고문을 의뢰한 것은 ‘기브 앤드 테이크’로 움직이는 워싱턴DC에서 어느 나라 정부나 해왔던 일”이라며 “국정원이 ‘명품 쇼핑 동행’만 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문제가 커지지 않았을 텐데 도대체 무슨 일을 했던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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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미 테리에 명품백 사준 국정원 간부 보직 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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