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10-01(화)
 
  • 주말 빵 축제, 입장만 3시간 걸려

[이코노미서울=변현기자] “, 전국에서 빵순이, 빵돌이 다 모였나 보네.” “손 꽉 잡아라. 이산가족 되겠다.”

 

지난 29일 오후 대전 동구 소제동 대전 빵 축제현장. 왕복 4차로 도로 500m를 막고 빵집 81곳이 부스를 차렸는데 전국에서 몰려든 인파가 서울 명동보다 더했다. 축제장 밖으로는 대전역까지 200m 인간띠가 쭉 이어졌다. 서울에서 온 고정현(45)씨는 오늘 안으로 빵 맛을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대전 빵이 맛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전국에서 빵 맛 좀 안다는 사람이 다 모였다. 축제가 열린 28~29일 이틀간 현장을 찾은 사람은 14만명. 2021년 첫 축제 때 방문객은 15000명이었는데 3년 만에 9배로 늘어났다.

 

소셜미디어는 축제 후기로 와글와글했다. X(옛 트위터)에는 축제 첫날에는 대전역에 내려서 축제장에 입장하는 데만 3시간이 걸렸다는 글이 올라왔다. 한 맛집 유튜버는 축제장이 문을 열기 5시간 전부터 줄 서서 오픈런을 했는데 먹고 싶은 빵집 빵을 못 먹었다고 했다. ‘빵 축제에 여러 번 왔는데 이번이 역대급이었다. 빵 축제가 아니라 빵 지옥이었다’ ‘빵 맛 보려다 인파 때문에 죽을 맛이라는 글도 올라왔다. 행사를 개최한 대전관광공사 측은 사람이 계속 밀려와 안전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입장 인원을 3000명으로 제한했다고 했다.

 

용케 행사장에 들어왔더라도 가게마다 대기 줄이 길어 20~30분은 기다려야 빵 맛을 볼 수 있었다. 폭발적인 반응에 빵집 주인들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렇게 빵에 진심인지 몰랐다고 했다. 구움베이커리 정지혜(24) 대표는 축제 시작 2시간 만에 준비한 빵 300개가 다 팔렸다급하게 가게로 가서 빵을 구워 오느라 애를 먹었다고 했다.

 

대전 빵 축제는 2021년 낙후한 구도심 상권을 살리기 위해 시작했다. 구심점은 대전의 대표 빵집인 성심당이었다. 여기에 몽심, 하레하레 등 대전 지역 빵집들을 불러 모았다. 대전세종연구원에 따르면, 대전에서 영업 중인 빵집은 작년 말 기준 849개로 인구 1만명당 5.9개꼴이었다. 이는 6.1개꼴인 서울과 대구에 이어 셋째로 많다.

 

대전시 관계자는 “6·25전쟁 이후 부산으로 들어온 해외 원조 밀가루가 경부선을 타고 대전역으로 많이 들어왔다그래서 오래된 빵집이 많다고 했다.

 

축제가 전국적인 인기를 끌게 된 것은 성심당 공이 크다. 지역 빵집인 성심당은 2014년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당시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아침 식사에 성심당의 치아바타와 바게트 빵이 오른 것이다. 이후 류현진 선수 등 유명인들이 성심당 빵을 선물하는 모습이 소셜미디어 등에서 화제가 됐다.

 

성심당은 대전에만 매장을 4개 운영한다. 여기서 나온 매출이 1년에 1000억원이 넘는다. 대전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대전을 찾은 관광객이 가장 많이 들른 여행지는 성심당이었다.

 

KTX가 개통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대전역은 서울에서 1시간, 부산에서도 1시간 40분이면 갈 수 있다. “대전 빵 먹으러 KTX 타고 당일치기 여행 간다는 말이 그렇게 나왔다.

 

성심당의 도시라고 불릴 정도로 성심당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것은 문제다. 빵만 먹고 가는 당일치기 관광객이 대부분이라 숙박업 등 다른 분야로 경제 효과가 확산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대전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대전을 찾은 관광객 10명 중 9명은 당일치기 관광객이었다.

 

대전시 관계자는 요즘은 성심당을 찾는 관광객들이 주변 빵집도 둘러보는 빵집 순례를 하는 추세라며 내년에는 더 많은 관광객이 편하게 대전 빵을 즐길 수 있도록 행사장에 그늘막 등을 설치하고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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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빵' 터졌다...이틀간 14만명, 명동 뺨 치는 인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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