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체부 "구체적 활동 내역 몰랐다"
[이코노미서울=사회팀] 김일성 얼굴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북한 체제 선전 도서를 읽으며 6·25 때 지리산에서 빨치산과 함께 체류했던 인물들을 인터뷰하기도 한 단체의 사업에 수천만 원의 정부 예산이 지원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신동욱(국민의힘) 의원실이 문체부와 국가유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남북(南北) 사업’ 명목으로 정부 예산을 받아온 A단체가 문체부에 제출한 사업 보고서에는 2021년 9월 김일성 초상화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주체사상 에세이’ 책을 들고 회의를 하는 모습이 사업의 실적으로 보고된 것으로 나타났다. ‘남북 문화 격차에 대한 연구자·활동가·예술가들의 실천을 공유하고 탈(脫)분단 담론의 가능성을 조망한다’를 활동 목적으로 내건 이 단체는 2022년 6월엔 빨치산과 함께 지리산에 있었던 인물들을 인터뷰하면서 정부 예산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체부는 이 단체에 2년간 총 5550만원을 지원했다.
관련 업무를 담당한 문체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조선일보와 통화에서 “이 단체의 구체적 활동 내역에 대해 인지하지 못했고, 향후 법률적 문제가 있다면 내부 절차를 거쳐 후속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A단체는 ‘남북 탈분단을 해야 한다’는 슬로건을 걸고 연구 모임 및 워크숍, 강연, 전시회 등을 펼쳐왔다. 조선일보는 “A단체 관계자에게 활동 목적과 취지 등에 대해 문의했으나, 회신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지난해에도 반(反)국가 단체인 ‘재일본조선인총련합회(조총련)’ 산하 단체에 예산을 지원했다가 논란이 된 바 있다. 2019년부터 4년간 부산에서 열린 ‘후쿠오카 조선가무단’ 참여 문화제에 총 1억2150만을 지원한 것이 문제가 됐다. 1966년 결성된 후쿠오카 조선가무단은 지난해 대법원이 반국가 단체로 판결한 조총련 산하 단체로, 일본에서 ‘내 나라 제일로 좋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토크쇼’ 등의 문화 행사를 개최해왔다.
정부가 남북 관련 사업에 예산을 지원할 때는 ‘남북문화교류협의회’ 심의를 거쳐야 하지만, 이것도 제대로 열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동욱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문체부는 2018년부터 6년간 남북 사업 44건에 155억여 원, 국가유산청은 7건에 66억여 원 규모 예산을 각각 지원했으나, 협의회 심의는 단 한 번도 열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남북 관련 예산을 편성만 해놓고 사용하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문체부는 2018년부터 6년간 남북 체육 교류를 위해 112억원을 편성했으나, 실제 집행률은 41%에 불과했다. 국가유산청은 개성 만월대 공동 조사 등을 위해 2018년부터 현재까지 총 7건 66억원의 예산을 편성했으나, 최근 경색된 남북 관계로 실제 집행은 이뤄지지 않았다.
신동욱 의원은 “혈세가 허투루 쓰이지 않기 위해 효율적이고 적법한 절차의 사업과 예산 집행을 추진하기 위해 남북문화교류협의회를 뒀음에도 불구하고, 반국가 단체를 지원할 때 어떠한 견제도 없었고, 실제 예산 집행률이 절반에도 못 미친다”며 “문화 체육 분야 남북 예산 집행에 대한 철저한 감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