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서울=정칰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1일 오전 10시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열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KBS 수신료와 전기요금의 통합 징수 강제’ 방송법 개정안, AI(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를 ‘교육 자료’로 격하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수사기관의 직권남용에 대한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반인권적 국가범죄의 시효 등에 관한 특례법안’ 등 3개 법안에 대해 재의 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방송법 개정안은 한국전력이 KBS·EBS로 가는 TV 수신료와 전기요금을 결합해 징수하도록 강제하는 내용이다. 최 대행은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수신료 분리 징수 제도는 작년 7월부터 시행돼 이미 1500만 가구에서 분리 납부를 하고 있고, 국민들의 수신료 과·오납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며 “다시 수신료 결합 징수를 강제하게 된다면 국민의 선택권을 저해하고 소중한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했다.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은 ‘교과용 도서’를 법으로 정의하고, ‘지능 정보 기술을 활용한 전자책’은 교과서로 채택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최 대행은 “국회에서 이 법을 개정한 취지는 AI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인데, 이 법안이 시행되면 AI 교과서 사용 문제를 넘어 학생들이 빅데이터, 사물 인터넷(IoT), 클라우드, 유비쿼터스 등 디지털 기술에 기반을 둔 맞춤형 학습을 할 수 있는 교과서 사용 기회 자체를 박탈당하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는 학생들의 디지털 역량 강화와 미래 준비, 국가 경쟁력에 치명적인 타격을 초래할 수 있으며, 디지털 기반 교육 혁신이라는 세계적 추세에도 역행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반인권적 국가범죄의 시효 등에 관한 특례법안’과 관련해 최 대행은 “살인·고문·강간 등 강력범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 배제 등 특별한 취급을 해야 마땅하나, 공무원의 직권남용에 대해 이런 범죄들과 동일한 취급을 하는 것은 적법하게 직무를 수행한 공무원, 나아가 공무원의 유족까지 무기한으로 민사소송과 형사고소·고발에 노출되게 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최 대행은 “예를 들면, 범죄자가 형을 받고 30년이 지난 후에 자신을 수사했던 경찰관이 수사 과정에서 직권을 남용했다고 일방적으로 주장하며, 사망한 경찰관의 아들딸에게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며 “민생 수사 현장에서 적법하게 업무를 수행한 공무원들이 평생 억울한 소송과 고소·고발에 노출된다면 수사 부서 기피 현상이 심화되며 국가의 범죄 대응 역량이 약해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선량한 국민께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최 대행이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최 대행은 앞서 내란·김건희 특검법안과 ‘고등학교 전 학년 무상교육’에 들어가는 예산의 47.5%를 중앙정부가 3년 더 부담하게 하는 내용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거부권이 행사된 것은 이번 3개 법안을 포함해 37차례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