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하고, 성장하고… 미스터트롯은 가족입니다”
녹음실에서 포즈를 취한 장민호. 바쁜 스케줄이지만 평안해 보이는 표정이었다./ 호엔터테인먼트/조선일보캡처
“아이돌 시절 포함해 가수 생활 20년 넘게 해왔는데, 미스터트롯1(2020) 이후 지금까지 가장 다이내믹한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모든 일이 거의 처음이라 느껴질 정도로 ‘이렇게 새로운 활동들이 많다고?’라고 스스로 신기해하고 놀란다니까요. 요즘은 매일매일이 제게 호시절(好時節)이죠.”
장민호는 일간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가수 장민호(46)에게 ‘미스터트롯’ 시리즈는 인생의 전환점이다. 1997년 아이돌 그룹 유비스로 데뷔해 2011년 트로트 가수로 변신한 뒤 ‘트로트계의 BTS(방탄소년단)’란 애칭까지 얻었다. 하지만 ‘성공’이란 단어보다 ‘실패’에 더 익숙했던 그였다.
장민호는 현재 TV조선 ‘미스터트롯2-새로운 전설의 시작’ 마스터로 발탁돼 후배들이 노래 부르는 모습을 지켜보며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 최근 서울 신사동의 한 녹음실에서 만난 그는 “미스터트롯 시리즈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나도 있는 것”이라고 했다. 미스터트롯1 당시 그의 열혈 팬들이 ‘장민호 눈주름에 끼어 죽고 싶다’며 사랑해 마지않던 눈가 주름은 그대로였다. “에이, 그간 (몸) 속주름이 생겼겠죠(웃음). 그래도 3년이나 지났는데 체감상 1년도 채 안 지난 것 같아요.”
미스터트롯 톱6 이후 최근 1년 사이 KBS2 예능 ‘갓파더’ 고정 출연을 비롯해 MC와 게스트 등으로 출연한 프로그램만 스무 편이 넘는다. TV조선에선 ‘내딸하자’(2021)로 시작해 현재 ‘화요일은 밤이 좋아’ MC로 2년 넘게 활동해왔고, ‘골프왕’ 시리즈에도 고정 출연 중이다. 그사이 광고도 열 편 넘게 찍었고, 가수 인생 평생의 꿈이었던 단독 콘서트도 가졌다.
“가수에게 단체 생활이 꼭 필요한 건 아니지만, 미스터트롯은 한 단계 도약하는 데 정말 많은 도움을 줬어요. 경쟁자지만 동료의 노래를 들으며 그들의 음악적 색깔을 공부하고 시야도 넓어지죠. 저도 가수 생활을 오래해서 툭 치면 아무 노래나 다 할 수 있는 상황인데도, 미스터트롯에 참가한 몇 개월 동안 저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하게 됐어요.”
마스터로서는 ‘미스트롯2′ 이후 이번이 두 번째. 이번엔 끝까지 망설였다고 했다. “평소에 미래를 걱정하며 상의하러 찾아오는 후배들이 정말 많아요. 어두운 터널 속에서 작은 빛이라도 보일까 싶어 전력을 다해 질주하는 친구들이거든요. 트로트 시장이 넓어졌다 해도 성공하는 이는 아직 극히 일부예요. 미스터트롯2에 자신의 진심을 알리고 싶어 도전한 친구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돼주고 싶어 고심 끝에 합류하게 됐습니다.”
이번 경연에는 장민호의 노래를 택한 참가자가 유독 많다. 마스터 예심에서 ‘회초리’(샛별부 진욱) ‘무뚝뚝’(아이돌부 박건우)을 비롯해 ‘연리지’ ‘남자는 말합니다’ 등의 노래가 등장했다. 팀전에서의 ‘사랑해누나’(대학부)를 비롯해, 아직 방송되지 않은 데스매치에서도 ‘정답은 없다’ ‘내 이름 아시죠’ 등 그의 노래가 선택됐다.
“마스터석에 앉고 나서야 심사지를 받거든요. ‘아! 내 노래!’ 하고 발견하면 기분은 되게 좋더라고요. 3년 전엔 일어날 수도 없던 일이잖아요. 저의 노래를 여러분께 들려 드리고 싶어도 기회가 없었다면, 지금은 트로트를 좋아하시는 분들 혹은 트로트 가수로서 꿈을 갖고 있는 사람들한테 제 노래가 알려졌구나 하는 마음에 지난 시간이 영화처럼 지나가더라고요.”
장민호는 미스터트롯 시리즈의 키워드를 ‘성장’으로 꼽았다. 가수나 팬이나 음악적, 감성적으로 한층 더 진화하고 성장한다는 것. “무대에서 떨고 실수하던 모습을 시청자분들이 함께 응원해주고 투표해주고 다음 후속 프로그램도 시청해주잖아요. 노래도 트로트를 넘어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도전하고요. 같이 키우고 키워지는 느낌을 서로 주고받는달까요. 우리 모두가 미스터트롯으로 묶인 한가족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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