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30(목)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최근 전국 4개 교정기관에 사형 집행 시설을 점검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한 장관은 지난주 사형 집행 시설을 보유한 서울구치소·부산구치소·대구교도소·대전교도소 등에 “사형 제도가 존속되고 있는 상황이니 시설 유지를 제대로 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최근 신림역·서현역 흉기 난동, 신림동 공원 성폭행 사망 사건 등 흉악범죄가 잇따르자 사형 제도가 여전히 존속하고 있다는 경각심을 주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한 장관은 지난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우리나라는 아직 사형제를 합헌으로 유지하고 있고, 사형을 언제든지 집행할 수 있는 나라”라고 밝힌 바 있다.

 

국내에서는 1997년 이후 사형 집행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로 인해 구치소나 교도소에 있는 사형 집행 시설은 그동안 사실상 방치 상태였다고 한다.

 

한국은 사형 제도를 유지하면서도 장기간 사형 집행을 하지 않아 ‘실질적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되고 있다. 김영삼 정부 때인 1997년 12월 사형수 23명에 대해 사형 집행을 한 것이 마지막이었다. 이듬해 2월 출범한 김대중 정부부터 현재까지 사형 집행은 한 건도 없었다.

 

최근 신림역·서현역 흉기 난동, 신림동 공원 성폭행 사망 사건 등 흉악 범죄가 잇달아 터지고 예방책이 논의되면서, 일각에서는 “사형 집행 중단이 ‘사형제가 폐지됐다’는 잘못된 신호를 범죄자들에게 주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 장관의 이번 지시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제든 사형 집행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이와 관련, 법무부 관계자는 “한 장관이 ‘사형제가 존치되는 상황에서 법 집행시설이 적정하게 유지 관리돼야 한다’는 취지로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사형 집행을 전제로 한 지시로 보긴 이르다는 얘기였다.

 

형사소송법은 ‘사형은 법무장관의 명령에 의해 집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무장관이 사형 집행 명령을 내리면 교정기관의 시설에서 교수형 방식으로 사형을 집행하게 된다.

 

현재 사형이 확정됐지만, 집행이 이뤄지지 않은 수감자는 59명이다. 유영철, 강호순, 정두영 같은 연쇄 살인범도 포함돼 있다.

 

유영철은 2003년부터 2004년까지 서울 시내에서 17차례에 걸쳐 노인과 부녀자 21명을 연쇄 살인하고 방화, 사체 유기 등의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 사체 11구를 토막 내 암매장하고 3구는 불에 태우는 등 범행 방식도 엽기적이었다. 유영철은 수사 과정에서 “검거되지 않았으면 100명도 더 살해했을 것” “시체 장기 일부를 먹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져 공분(公憤)을 샀다. 유영철은 법원이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며 무죄로 판단한 살인 사건 1건을 제외하고 20명에 대한 살인 혐의가 인정돼 사형을 확정받았다.

 

 

강호순은 아내와 장모 등 여성 10명을 살해한 혐의로 2009년 기소됐다. 강호순은 1심에서 2005년 장모의 집에 불을 질러 아내와 장모를 살해하고 2006년부터 2008년까지 부녀자 8명을 납치해 살해한 혐의가 인정돼 사형을 선고받았다. 강호순은 보험금을 타낼 목적으로 장모 집에 불을 낸 것으로 조사됐다. 강호순은 2009년 2심에서도 사형을 선고받았는데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아 사형이 확정됐다.

 

정두영은 1998년부터 2000년까지 부산과 경남, 대전 등지에서 강도살인 등 23건의 범죄를 저질러 노인과 부녀자 9명을 살해하고 10명을 다치게 한 혐의로 기소돼 2001년 사형이 확정됐다.

 

이들은 수감 태도도 불량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 중 한 명은 교도관 폭행도 저질렀다고 한다. 정두영은 대전교도소에 복역 중이던 2016년 작업용 플라스틱 파이프를 연결해 만든 사다리로 교도소 담을 넘으려다 발각되기도 했다.

 

유영철은 대구교도소에, 강호순과 정두영은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있다.

 

사형제에 대한 여론은 ‘존치해야 한다’는 쪽이 우세한 상황이다. 지난 2021년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1007명 중 779명(77.3%)이 사형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또 사형 유지 의견(779명) 중 95.5%는 흉악범에게는 사형을 집행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헌법재판소는 1996년과 2010년 사형제에 대해 두 차례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후 사형제 폐지에 대한 세 번째 헌법소원 사건이 접수돼 현재 헌재가 심리 중이다. 한 법조인은 “최근 헌재 재판관 구성 변화, 흉악범죄에 대한 여론 등을 감안할 때 이번 헌법소원 사건에서도 위헌(違憲) 결정이 나올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고 했다.

 

법무부는 흉악범을 사회로부터 영구 격리하기 위해 ‘가석방을 허용하지 않는 무기형’(절대적 종신형)도 신설하기로 했다.

[사회법조팀ieconomyseou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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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26년 방치된 사형 시설… 제대로 점검하라”교정기관에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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