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9-27(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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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단일 체제' 완성… 70년 민주당 역사에서 초유의 일
    [이코노미서울=정치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신임 대표가 18일 민주당 당대표 선거 사상 최고 득표율(85.4%)로 연임에 성공하며 ‘이재명 2기 체제’를 열었다. 당대표직 연임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새정치국민회의(민주당 전신) 총재직을 연임한 이후 24년 만이다. 5명의 최고위원도 전원 친이재명계 의원들이 당선됐고, 이재명 대표 개인 브랜드 격인 ‘기본사회’를 명시하는 당 강령 개정안도 의결됐다. 민주당 70년 역사에서 이처럼 한 지도자가 유일무이한 핵(核)이 되는 단일 체제는 초유의 일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날 전당대회장을 가득 채운 당원들은 “이재명 대통령”을 외쳤다. 이 대표는 이날 전당대회에서 합산 득표율 85.4%를 기록하며 2년 전 전당대회 때 득표율 기록(77.77%)을 갈아치웠다. 당대표직 연임 도전에서 득표율을 7.63%포인트 끌어올린 것이다. 이번에 선출된 최고위원 5명(김민석·전현희·한준호·김병주·이언주)은 모두 “이재명 수호”를 내세웠다. 특히 최고위원 선거전 초반 득표율 1위를 달렸던 정봉주 후보가 이 대표와의 갈등설이 불거지며 낙선하고, 6위로 낙선 위기에 몰렸던 전현희 후보가 “김건희 살인자” 발언 이후 강성 지지자들의 지원으로 2위로 치고 올라선 것은 이 대표의 당 지배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줬다는 평이다. 지금의 민주당이 이 대표를 중심으로 강력한 구심력이 작용하고 있다는 데 반론은 거의 없다. 하지만 이런 ‘이재명 일색(一色)’ 흐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민주당 일각에서 나온다. 우상호 전 의원은 “당은 (이 대표에게) 장악됐지만 그게 이 대표 대선 가도에 도움이 된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대선은 중도 싸움인데 강성 지지층에 갇혀버리게 된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바로 비서실장에 이해식 의원, 수석대변인에 조승래 의원을 임명했다. 비교적 친명 색채가 옅은 ‘탕평 인선’부터 내놨다는 평가다. 이 대표 당대표 연임으로 민주당의 구성과 체질이 그전 민주당과 달라졌음이 확인됐다. 이번 당대표·최고위원 선거는 이 대표가 지난 총선 공천 과정에서 민주당 주류 세력을 ‘이재명 블록’으로 교체하면서 구축한 ‘이재명 일극 체제’의 당연한 귀결이란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이 대표는 권리당원은 물론 대의원, 국민 여론조사에서도 80% 언저리의 고른 득표율을 보였다”며 “지금 민주당에선 이 대표에게 도전할 사람이나 세력을 찾기 어렵게 됐다”고 했다. 사실상 민주당에서 이 대표의 대선 가도를 위협할 유의미한 세력은 정리됐다는 얘기다. 민주당은 지난 6월 당헌 개정을 통해 이번 당대표는 2026년 6월 지방선거 공천권을 행사한 뒤 이듬해 3월 열리는 대선에 출마할 수 있도록 했다. 민주당은 또 전당대회 과정에서 이 대표 열성 지지층 ‘개딸’들을 위한 ‘당원 중심주의’란 문구와 이 대표의 핵심 정책 ‘기본사회’를 넣은 강령 개정 작업도 마무리했다. 이 대표는 강력한 당 장악력을 바탕으로 당대표 출마 선언에서 내세운 ‘먹사니즘’을 구체화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이날 연설에서도 ‘보편적 기본사회’ 대비, 과학기술 투자, 재생에너지 집중 투자 등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 대표는 수락 연설에서 “민주당의 힘으로 멈춰 선 성장을 회복시키고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다시 꿈꿀 수 있는 나라, 다시 뛰는 대한민국을 꼭 만들겠다”고 말했다. 다만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 오는 10월에는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위증 교사 혐의에 대한 1심 판결이 예고된 상황이다. 이 대표와 주변 인사들은 ‘무죄’를 자신하지만 유죄판결이 나온다면 당내 도전자들의 움직임이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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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8-19
  • 삐뚤어진 '김호중 팬심'... 국회 입법까지 마비시켰다
    [이코노미서울=사회팀] 지난 5월 음주 뺑소니를 일으켜 구속 기소된 가수 김호중(33)씨 사건 이후 국회에선 이른바 ‘술 타기’(음주 후 또 술 마시기)나 ‘운전자 바꿔치기’ 등을 방지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자 김씨의 극성 팬들은 국회의원들에게 “낙선 운동, 탄핵을 하겠다” “당신들은 악마 같다”며 전화·문자 폭탄 등을 날리고 있다. 의원과 보좌진은 “팬덤에 한번 좌표가 찍혀버리니 정상적 의정 활동이 불가능할 정도”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신영대,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은 최근 술 타기를 할 경우 5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일명 ‘김호중 방지법’을 발의했다. 음주 운전으로 세 차례 적발되면 면허를 영구 박탈하거나, 술 타기를 아예 방지하는 조항도 담겼다. 민주당 서영교, 국민의힘 이종배 의원도 최근 취지가 비슷한 법안을 발의했다. 그러자 김호중씨 팬들은 이런 의원실에 항의 전화를 하거나 의원들에게 문자 폭탄을 보내기 시작됐다.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 사무실은 물론이고 지역 사무실에도 전화가 빗발쳐 업무가 불가능할 정도라고 한다. 사무실 앞으로 달려가 시위하겠다고 위협하는 전화도 걸려온다. 박성훈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음주 뺑소니 혐의를 피하고자 법망을 빠져나가려고 했던 김씨 범행 수법이 상세히 알려져 모방 범죄도 속출했다”며 “국민 안전을 위해 낸 법률이지 특정인을 비난하겠다는 취지가 아닌데 이런 반응은 당혹스럽다”고 했다. 신영대·박성훈 의원이 낸 법률안 원문을 보면 김호중씨 이름을 명시하지는 않았다. 최근 문제가 된 술 타기 등에 따른 사회적 피해를 줄여야 한다고 제안 이유를 밝히고 있다. 법률안에 사건 가해자·피해자 등 특정 인물 이름을 따 ‘○○○법’ 같은 별칭을 붙이는 것은 정치권에서 흔한 관례다. 그런데도 김호중씨 팬들은 “법이 통과되면 낙선 운동에 나서겠다”며 국회 입법예고 게시판에 1만 건 넘는 반대 글을 쏟아냈다. “반성하고 있는 젊은 사람의 인생을 망치는 법이다” “왜 사람을 평생 죄인으로 만드냐” 같은 의견도 있었다. 18일 밤까지 박성훈 의원 법안에 6200여 개 반대 의견을 비롯, 서영교(4500여 개), 신영대(1300여 개) 의원도 ‘반대 폭탄’의 표적이 됐다. 전문가들은 극렬 팬덤 문화가 전화·문자 폭탄으로 삼권분립의 한 축인 입법 기능마저 마비시키는 지경까지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과거엔 여야의 주류 정치인 팬덤이 비주류 의원들을 압박·제거하고자 이런 일을 했는데, 이제는 사회 전반으로 번졌다는 것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학 교수는 “자기편이라면 불법·부도덕도 일단 옹호하고 보자는 그릇된 군중심리가 정치권에서 시작해 사회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며 “각종 비리 정치인들이 ‘나는 무죄’ ‘마녀사냥’ ‘정치 탄압’이라고 무조건 주장하는 모습을 가수 팬클럽이 본받은 것”이라고 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 교수는 “팬덤이 국회의 입법 과정에 관여하는 것이 사회 정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최창렬 용인대 정치학과 교수는 “법안의 핵심인 모방 범죄 반복에 대한 논의는 사라지고, 댓글 테러로 입법 기관을 부당하게 압박하는 현상만 남았다”고 했다. 한편 일선 경찰은 음주 음전 혐의를 피하고자 ‘김호중 따라 하기’ 행태를 보이는 운전자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서울의 한 경찰서 교통과장은 “음주 운전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하면 ‘방금 술을 마셨다’며 다 마신 술병을 흔드는 피의자가 많아졌다”고 했다. 음주 의심 차량이 경찰 추격을 피하다 인명 사고를 내거나, 고위 공직자까지 음주 측정을 거부하며 ‘버티기’를 하는 일도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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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8-19
  • '태양보다 강한 눈빛' '세기의 미남' 알랭 들롱 잠들다
    [이코노미서울=연예팀] “저는 특별했어요. 요즘 배우는 상상도 못 하겠지. 내가 살았던 것과 비슷한 삶은 두 번 다시 오지 않아요. 은퇴하는데 전혀 후회가 없어요.” “나는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잘생겼던 것 같아요. 여자들은 내게 사로잡혔어요. 내가 열여덟 살 때부터 쉰 살 때까지.” 알랭 들롱은 지난 2017년 영화계 은퇴를 선언했지만, 그의 직설 화법은 은퇴한 적이 없다. ‘프랑스 영화의 수수께끼 같은 천사’로 불렸던 세기의 미남 배우 알랭 들롱(Alain Delon)이 18일 프랑스 두시(Douchy)에서 89세로 별세했다. 그의 세 자녀는 이날 “알랭 들롱이 나빠진 건강과 사투를 벌이다 자택에서 가족과 루보(반려견)가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고 전했다. 1950년대 이후 프랑스 ‘누벨바그(새로운 물결)’ 황금기를 이끈 대중 스타로 ‘태양은 가득히’ ‘암흑가의 두 사람’ ‘한밤의 암살자’ ‘볼사리노’ 등 영화 90편에 출연하며 전 세계적 인기를 끌었다. 영화학자 데이비드 톰슨은 알랭 들롱을 두고 “프랑스 영화의 수수께끼 같은 천사, 1967년에 겨우 서른두 살이었고, 어쩌면 여성적이었다. 하지만 치명적이거나 강력하다고 생각할 만큼 진지하고 깨끗했다. 들롱은 훌륭한 배우라기보다 ‘놀라운 존재감’ 그 자체”라고 했다. 미남 배우를 넘어 ‘놀라운 존재감’ 1935년 알랭 파비앵 모리스 마르셀 들롱(본명)으로 태어난 그의 어린 시절은 불우했다. 파리 외곽 소(Sceaux)에서 태어났으나 부모 이혼으로 네 살 때부터 위탁 가정에서 자라다 재혼한 어머니와도 살았다. 가출, 7번의 퇴학, 정육점 직원 등을 거쳐 17세에 입대, 베트남 사이공 해군 기지에서 복무하다 군 차량을 훔친 죄로 불명예 제대했다. 전역 후에는 파리의 도매시장인 레 알(Les Halles)에서 잡부로 일했고, 카페 종업원, 비서 등 다양한 삶을 살았다. 프랑스 여배우와 만나며 칸 영화제를 방문했다가 할리우드의 가장 유명한 제작자 데이비드 셀즈닉의 눈에 들었다. 제작자가 영어를 배우라고 했지만, 그는 계약을 파기하고 프랑스로 돌아왔다. 할리우드 영화에 그다지 많이 출연하지 않은 것은 이런 이유다. 1957년 데뷔작 ‘여자가 다가올 때’ 이후 르네 클레망 감독의 1960년 작 ‘태양은 가득히(Plein Soleil)’로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켰다. ‘태양은 가득히’와 비슷한 삶 관객들에게 이 미남 배우는 ‘톰 리플리’의 현실판처럼 인식됐다.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소설 ‘재능 있는 리플리씨(The Talented Mr. Ripley)’가 원작인 ‘태양은 가득히’는 부자 청년 디키 그린리프를 살해한 리플리의 이야기다. 거짓을 사실로 믿고 싶어하는 ‘리플리 증후군’의 그 리플리를 충실히 연기했다. 관객은 거짓말하는 살인자에게서 슬픔을 봤다. 방탕하고 천진난만한 부자를 경멸하며 동시에 동경하는 가난한 자의 슬픔. 작가 필리프 라브로는 들롱을 두고 “그는 기쁨보다 슬픔에 더 잘 어울린다”고 했다. 감독은 들롱에게 디키 역할을 제안했지만, 그는 리플리를 고집했다. 세계적 흥행은 한국도 비켜 가지 않았다. 영어권 제목인 ‘보랏빛 오후(Purple Noon)’ 대신 프랑스 제목을 충실히 의역한 ‘태양은 가득히(太陽がいっぱい)’를 그대로 쓴 것도 신의 한 수였다. 미남 배우에게 ‘한국의 아랑 드롱’이라는 수식을 바치는 것도 이때 생긴 전통이다. 첫 영광은 당연히 배우 신성일이 가져갔다. 1967년 장피에르 멜빌 감독의 ‘한밤의 암살자(Le Samourai)’에 트렌치 코트를 입은 ‘사고하는 범죄자’로 선풍을 일으켰다. 그가 가장 사랑한 장르는 ‘필름 누아르(범죄 영화)’. 1973년 작 ‘암흑가의 두 사람’은 결국 교수형당하는 범죄자 알랭 들롱과 그를 감싸는 보호감찰관 장 가뱅의 연기 호흡이 호평을 받았다. 들롱은 장 가뱅과 연기할 때 가장 빛났다. “범죄자들, 배우가 되기 전부터 내 친구였다” 실제로 범죄자와의 친분도 감추지 않았다. 그의 과거 보디가드가 총을 맞은 채 가방에 담겨 쓰레기장에서 발견되며 프랑스 사회는 알랭 들롱이 조연으로 나오는 ‘현실 범죄 드라마’를 보게 됐다. 들롱의 친구가 살인범으로 지목된 것이다. “내가 아는 갱스터 대부분은 배우가 되기 전부터 내 친구였다. 그들이 뭘하건 신경쓰지 않는다. 각자 자기 행동에 책임지면 된다.” 우익 정당 국민전선의 장마리 르펜과 오랜 친구로 진보 노선을 거침없이 비판해 왔다. 특히 사형제 폐지와 동성 결혼 허용을 비판했다. 2019년 칸 영화제가 그에게 ‘명예 황금종려상’을 준다고 하자, 진보 진영은 강하게 반발했다. ‘세기의 미남’도 자연을 거스르지는 못했다. 2019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 스위스에서 요양을 해왔다. 그의 아들은 “스위스에 거주하는 아버지는 상황이 닥치면 주저하지 않고 안락사를 택할 것”이라 말했다. 수많은 여성과 결혼하거나 동거했지만, 그가 가장 사랑한 여성은 영화 ‘크리스틴’(1958)에 함께 출연한 독일 여배우 로미 슈나이더(1938~1982)였다. 잡지 기자와 인터뷰하며 자살로 사망한 그녀를 떠올리면서 과거의 편지 문장을 꺼냈다. “비스콘티 감독은 우리가 서로 닮았다고 했었어. 분노, 두려움, 불안의 순간에 둘 다 미간에 V 자가 그려진다나. 렘브란트 자화상에 그려진 ‘렘브란트의 V’라고 하네. 하지만 지금 잠든 당신을 보면, ‘렘브란트의 V’는 사라졌어.” 이제는 그의 얼굴에서도 ‘렘브란트의 V’가 지워지고, 편안한 얼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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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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