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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읽고 어두운 방에서 몽상 즐기던 아이, K 문학 새 역사 쓰다
    작가 한강이 걸어온 길 [이코노미서울=전광훈기자] 아시아 첫 여성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54)은 1970년 광주광역시에서 태어났다. 연세대 국문과에 89학번으로 입학, 졸업하던 해인 1993년 계간 ‘문학과사회’ 겨울호에 ‘서울의 겨울’ 등 시 4편이 당선되며 시인으로 먼저 등단했다. 이듬해인 1994년에는 단편소설 ‘붉은 닻’으로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소설가로도 데뷔했다. 그에게 문학의 길은 필연과 같았다. 온 가족이 작가이거나 평론가인 ‘문인 집안’. 그의 한자 이름은 한강(韓江)으로, ‘아제 아제 바라아제’ 등을 쓴 소설가 아버지 한승원(85)은 “가장 쉬운 이름이 가장 좋은 이름이라는 마음”으로 딸의 이름을 지었다. 오빠 한동림씨도 소설가이고, 남편 홍용희 경희사이버대 미디어문예창작과 교수는 문학평론가다. 남동생도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한강은 2005년 이상문학상, 2010년 동리·목월문학상, 2015년 황순원문학상 등을 받았는데, 아버지도 1988년 ‘해변의 길손’으로 이상문학상을 받았다. 덕분에 ‘이상문학상 부녀(父女) 수상’ 기록도 갖고 있다. 한강의 부친 한승원씨는 과거 본지에 “어릴 때부터 책을 읽고 어두운 방에서 몽상하는 것을 좋아했다. 고등학교 때 영어를 잘해서 영문과에 가라고 했는데, 굳이 소설을 쓰겠다며 국문과를 선택하더니 연세대 국문과에 수석 합격했다”고 말했다. 한강을 세계적인 작가 반열에 올린 작품은 2007년작 장편소설 ‘채식주의자’다. 격렬한 꿈에 시달리다 육식을 거부하게 되면서 스스로 나무가 되어간다고 믿는 여성 영혜가 주인공이다. 어린 시절 트라우마로 거식증을 앓는 영혜를 둘러싼 인물(남편, 형부, 언니)의 시선에서 펼쳐지는 세 편의 연작소설. 국내에서 100만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다. 한강은 이 소설로 번역가 데버라 스미스와 같이 2016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했다. 한국 작가 최초다. 정명교 문학평론가는 “한강은 대중소설가이기보다 전위소설가다. 처음부터 자기 문체에 대한 탐구가 강했던 그가 5·18, 4·3 등 한국사에서 중요한 사건을 다룸으로써 끈질기게 자기만의 길을 개척했다”고 평가했다. “초기에 그는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다. 오랜 기간 몰이해의 늪을 허덕이면서 걸어온 그가 전 세계의 호응을 받기 시작했다. 그 순간부터 자신이 축적해온 문학적 역량이 자산이 됐다.” 가족과 함께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나기 몇 달 전 서울로 이사했던 한강은 이후 명절 때마다 친척들이 그 사건에 대해 말하는 것을 들었고, 사진집을 보게 됐다. 이런 유년의 경험을 시발점으로, 역사적 사건을 통해 인간의 폭력성에 접근해 특유의 서정적 문장으로 풀어내는 그만의 독특한 스타일이 빚어진 것인지도 모른다. ‘소년이 온다’에는 1980년대 광주, ‘작별하지 않는다’에는 제주 4·3사건 등 역사의 트라우마가 그의 소설 속으로 들어왔다. 특히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2014년작 ‘소년이 온다’는 한강의 문학성과 주제의식이 정점에 이른 작품으로 꼽힌다. 소설 전체가 무고하게 희생된 영혼의 말을 대신 전하는 듯한 문장으로 가득 차 있다. 그는 지난해 한 강연에서 “역사를 들여다보면 그 안에 수많은 종류의 폭력이 담겨 있다. 역사적 사건에 관해 글을 쓴다는 것은 폭력의 반대편에 서겠다는 맹세이자 인간 본성에 대한 궁극적인 질문”이라고 말했다. 2021년작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는 검고 어두운 한국사의 트라우마를 더듬는 한강의 정수를 보여주는 작품. 제주 4·3의 비극을 세 여성의 시선으로 풀어냈다. 지난해 11월 프랑스의 저명한 문학상인 메디치 외국 문학상을 받았다. 1970년 만들어진 메디치상은 프랑스 4대 문학상 중 하나로, 밀란 쿤데라, 움베르토 에코, 폴 오스터, 오르한 파무크 등이 이 상을 받았다. 역시 한국 작가의 수상은 처음이었다. 장편소설 ‘검은 사슴’(1998) ‘채식주의자’(2007) ‘바람이 분다, 가라’(2010) ‘희랍어 시간’(2011) ‘소년이 온다’(2014) ‘흰’(2016) ‘작별하지 않는다’(2021) 등을 썼다. 소설집 ‘여수의 사랑’(1995) ‘노랑무늬영원’(2012) ‘내 여자의 열매’(2018) 등이 있다. ‘서랍에 저녁을 넣어두었다’ 등의 시집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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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10-11
  • "최인순"展 / 장은선갤러리
    “빛의 서사” 최인순展 2024.10.23 (수) ~ 10.31 (목) 장은선갤러리 (서울시 종로구 운니동 19번지) www.galleryjang.com (02-730-3533) Open AM 11:00 ~ PM 6:00 최인순 선생은 빛과 그림자에 의해 드러나는 공간의 깊이를 색으로 중첩해 회화 작업을 한다. 작가는 잃거나 잊은 기억을 되찾아 가는 여정에서 풍경에 가려져있던 기표적 존재로서의 형상성을 이용한다. 의식적과 무의식적, 은유인 동시에 환유적인 이미지로 사라진 평화로운 안식처를 현재와 겹쳐놓는다. 최인순 작가의 회화는 수많은 붓자국으로 이루어져있다. 작가의 그림에서 빛과 더불어 붓자국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드러냄과 사라짐의 반복을 파편화된 기억의 점들로 공간을 만들어 중첩되는 행위가 만드는 그림과 지움, 단편들로 연속성을 드러난다. 무수히 많은 점들이 개별적인 기억을 상징하는 색으로 표현된다는 것은 내면에 있는 것들을 밖으로 표출하는 것인데 불분명하지만 표현되어야만 하는 삶의 경험들을 형상언어로 나타낸다. 다양한 색들의 혼돈 속 붓자국들이 드러내는 시적이미지는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차분하고 은은하게 비추는 빛과 그림자에 의해 드러나는 공간의 깊이를 표현한다. 따뜻한 색감과 잔잔한 터치로 평화로운 공간의 기억을 겹쳐본다. 11월의 알록달록한 단풍과 다양한 색상으로 채운 가을과 함께 어우러지는 작품 30 여점을 장은선 갤러리에서 선보인다. 최인순 작가는 명지대학교 아랍어과, 홍익대학교 대학원 회화과를 졸업하였다. 토포하우스, 홍익대학교 홍대미술관, 마포문화원, 갤러리 한 등 여러 개인전을 하고, 일산미술협회 정기전, 중국청도 아트페어, 한․터키 국제현대미술대전 등에서 단체전과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는 고양미술협회, 일산미술협회 회원으로 왕성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김수미기자ieconomyseou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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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10-11
  • 아시안컵 4강전 굴욕, 홍명보호가 되갚았다…침묵에 빠진 요르단
    손흥민 없이 요르단 원정서 2-0 완승…클린스만호 0-2 완패 설욕 설영우·오현규 등 젊은 선수 활약 돋보여…황희찬 부상은 악재 [이코노미서울=스포츠팀] 홍명보호 축구 국가대표팀이 2골 차 통쾌한 승리로 요르단에 8개월 전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준결승전 충격패의 아픔을 되갚았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0일(현지시간) 요르단 암만국제경기장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3차전 요르단과 원정 경기에서 2-0 완승을 거뒀다. 이번에는 요르단이 충격에 빠졌다. 홍명보호의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 2만5천명을 수용하는 암만국제경기장을 찾은 요르단 관중들은 침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FIFA 랭킹을 보면 한국(23위)이 요르단(68위)보다 훨씬 높다. 하지만 많은 요르단 팬이 이 같은 전력 차에도 진지하게 우리나라를 이길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해 1∼2월 열린 아시안컵에서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이 이끈 한국이 두 차례 맞대결에서 요르단을 한 번도 이기지 못하면서 요르단 팬들의 자신감도 높아졌다. 적대적 응원이 내내 쏟아지는 안방 경기인 데다 우리나라 축구 간판으로 요르단 팬들도 실력을 인정하는 손흥민(토트넘)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승리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커졌다. 여러 현지 팬이 경기장으로 이동하는 한국 취재진에게 다가와 놀리는 어조로 연신 '노 손, 노 윈'(No Son, No Win)이라 외치고 떠났다. 자신의 이름을 무함마드라고만 밝힌 9세 소년도 "당연히 요르단이 이긴다. 한국에는 손흥민도 없고, 이전에도 우리가 이겼다"고 말했다. 요르단이 자랑하는 원투펀치인 무사 알타마리(몽펠리에)가 출전 명단에서 빠지고, 야잔 알나이마트(알아라비)가 벤치에서 시작하게 됐지만 팬들의 자신감은 떨어지지 않았다. 라미 아디시 씨도 경기 전까지만 해도 요르단의 승리를 확신했다. 요르단대학 교수인 아디시 씨는 "알타마리와 알나이마트가 선발 명단에 없지만 그래도 1-0 정도로는 이길 것 같다. 요르단이 기본적으로 한국보다 좋은 팀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세계적 수비수로 위상을 키운 김민재(바이에른 뮌헨)가 이날 출전하는 사실을 안다는 아디시 씨는 "결국 역습이다. 한국의 수비진이 우리 역습을 막을 수준은 아닌 것 같다"고 승리를 기대했다. 요르단 선수들은 이 같은 홈팬들의 열광적 응원에 힘입어 사기를 잔뜩 끌어 올렸다. 그러나 절치부심한 홍명보호가 더 강했다. 후반 막판으로 흐르면서 경기 결과가 한국의 승리로 점차 굳어지자 홈팬들의 열광적 응원도 잠잠해졌다. 소리 내서 응원하지 않고 심각한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지켜보기만 하는 팬들이 많아졌다. 클린스만 전 감독 체제의 마지막을 알린 아시안컵 요르단전 패배는 한국 축구에 깊은 상처를 안겼다. 경기 전날 대표팀의 주축인 손흥민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물리적으로 충돌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팬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대한축구협회는 선수단 관리·전술 등 총체적 실패의 책임을 물어 내분을 막지 못한 클린스만 전 감독을 경질했고, 7월 홍명보 감독이 지휘봉을 잡을 때까지 임시 사령탑 체제로 A매치를 치러야 했다. 8개월 전의 굴욕을 갚은 홍명보호는 요르단전 승리로 몇 가지 이득을 더 챙겼다. 요르단은 3차 예선 B조에서 우리나라와 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다투는 팀이다. 3차 예선 1, 2차전에서 나란히 1승 1무를 챙긴 상황에서 치른 맞대결을 잡으면서 적어도 요르단과 경쟁에서는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더불어 자신의 선임 과정이 불공정했다는 비판에 직면한 홍명보 감독도 이날 쾌승으로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요르단에 또 한 번 패했다면 홍 감독을 향한 경질 여론도 더욱 강해졌을 터다. 1992년생으로 선수로서 황혼기가 가까워진 손흥민 없이 까다로운 요르단 원정에서 승리했다는 점도 한국 축구에 반가운 소식이다. 북중미 월드컵이 열리는 2026년에 손흥민은 34세로, 은퇴를 결정해도 이상할 게 없는 나이다. 손흥민의 골 결정력에 상당 부분 공격을 의존해온 대표팀은 이제 또 다른 공격 경로를 조금씩 개척해야 한다. 이날 경기에서는 1998년생 풀백 설영우(즈베즈다)가 오른 측면에서 정확한 크로스로 이재성(마인츠)의 선제골을 끌어낸 장면이 돋보였다. 2001년생 스트라이커 오현규(행크)도 후반 23분 시원한 오른발 슈팅으로 존재감을 뽐냈다. 한편으로 악재도 따랐다. 손흥민의 자리에 대신 출격한 1996년생 황희찬(울버햄프턴)이 상대의 잇따른 거친 플레이에 경기 시작 23분 만에 부상으로 그라운드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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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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