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10-18(금)
 
  • 아버지·오빠도 작가… 詩로 등단해 소설로 방향 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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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가족이 작가이거나 평론가인 ‘문인 집안’. 그의 한자 이름은 한강(韓江)으로, ‘아제 아제 바라아제’ 등을 쓴 소설가 아버지 한승원(85)은 “가장 쉬운 이름이 가장 좋은 이름이라는 마음”으로 딸의 이름을 지었다. 오빠 한동림씨도 소설가이고, 남편 홍용희 경희사이버대 미디어문예창작과 교수는 문학평론가다. 남동생도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작가 한강이 걸어온 길

 

[이코노미서울=전광훈기자] 아시아 첫 여성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54)1970년 광주광역시에서 태어났다. 연세대 국문과에 89학번으로 입학, 졸업하던 해인 1993년 계간 문학과사회겨울호에 서울의 겨울등 시 4편이 당선되며 시인으로 먼저 등단했다. 이듬해인 1994년에는 단편소설 붉은 닻으로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소설가로도 데뷔했다.

 

그에게 문학의 길은 필연과 같았다. 온 가족이 작가이거나 평론가인 문인 집안’. 그의 한자 이름은 한강(韓江)으로, ‘아제 아제 바라아제등을 쓴 소설가 아버지 한승원(85)가장 쉬운 이름이 가장 좋은 이름이라는 마음으로 딸의 이름을 지었다. 오빠 한동림씨도 소설가이고, 남편 홍용희 경희사이버대 미디어문예창작과 교수는 문학평론가다. 남동생도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한강은 2005년 이상문학상, 2010년 동리·목월문학상, 2015년 황순원문학상 등을 받았는데, 아버지도 1988해변의 길손으로 이상문학상을 받았다. 덕분에 이상문학상 부녀(父女) 수상기록도 갖고 있다.

 

한강의 부친 한승원씨는 과거 본지에 어릴 때부터 책을 읽고 어두운 방에서 몽상하는 것을 좋아했다. 고등학교 때 영어를 잘해서 영문과에 가라고 했는데, 굳이 소설을 쓰겠다며 국문과를 선택하더니 연세대 국문과에 수석 합격했다고 말했다.

 

한강을 세계적인 작가 반열에 올린 작품은 2007년작 장편소설 채식주의자. 격렬한 꿈에 시달리다 육식을 거부하게 되면서 스스로 나무가 되어간다고 믿는 여성 영혜가 주인공이다. 어린 시절 트라우마로 거식증을 앓는 영혜를 둘러싼 인물(남편, 형부, 언니)의 시선에서 펼쳐지는 세 편의 연작소설. 국내에서 100만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다. 한강은 이 소설로 번역가 데버라 스미스와 같이 2016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했다. 한국 작가 최초다.

 

정명교 문학평론가는 한강은 대중소설가이기보다 전위소설가다. 처음부터 자기 문체에 대한 탐구가 강했던 그가 5·18, 4·3 등 한국사에서 중요한 사건을 다룸으로써 끈질기게 자기만의 길을 개척했다고 평가했다. “초기에 그는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다. 오랜 기간 몰이해의 늪을 허덕이면서 걸어온 그가 전 세계의 호응을 받기 시작했다. 그 순간부터 자신이 축적해온 문학적 역량이 자산이 됐다.”

 

가족과 함께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나기 몇 달 전 서울로 이사했던 한강은 이후 명절 때마다 친척들이 그 사건에 대해 말하는 것을 들었고, 사진집을 보게 됐다. 이런 유년의 경험을 시발점으로, 역사적 사건을 통해 인간의 폭력성에 접근해 특유의 서정적 문장으로 풀어내는 그만의 독특한 스타일이 빚어진 것인지도 모른다. ‘소년이 온다에는 1980년대 광주, ‘작별하지 않는다에는 제주 4·3사건 등 역사의 트라우마가 그의 소설 속으로 들어왔다.

 

특히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2014년작 소년이 온다는 한강의 문학성과 주제의식이 정점에 이른 작품으로 꼽힌다. 소설 전체가 무고하게 희생된 영혼의 말을 대신 전하는 듯한 문장으로 가득 차 있다. 그는 지난해 한 강연에서 역사를 들여다보면 그 안에 수많은 종류의 폭력이 담겨 있다. 역사적 사건에 관해 글을 쓴다는 것은 폭력의 반대편에 서겠다는 맹세이자 인간 본성에 대한 궁극적인 질문이라고 말했다.

 

2021년작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는 검고 어두운 한국사의 트라우마를 더듬는 한강의 정수를 보여주는 작품. 제주 4·3의 비극을 세 여성의 시선으로 풀어냈다. 지난해 11월 프랑스의 저명한 문학상인 메디치 외국 문학상을 받았다. 1970년 만들어진 메디치상은 프랑스 4대 문학상 중 하나로, 밀란 쿤데라, 움베르토 에코, 폴 오스터, 오르한 파무크 등이 이 상을 받았다. 역시 한국 작가의 수상은 처음이었다.

 

장편소설 검은 사슴’(1998) ‘채식주의자’(2007) ‘바람이 분다, 가라’(2010) ‘희랍어 시간’(2011) ‘소년이 온다’(2014) ‘’(2016) ‘작별하지 않는다’(2021) 등을 썼다. 소설집 여수의 사랑’(1995) ‘노랑무늬영원’(2012) ‘내 여자의 열매’(2018) 등이 있다. ‘서랍에 저녁을 넣어두었다등의 시집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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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고 어두운 방에서 몽상 즐기던 아이, K 문학 새 역사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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