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서울=경제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16일 열린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3.0%로 동결했다. 한은은 지난 2021년 8월부터 2023년 1월까지 기준금리를 0.5%에서 3.5%로 올려놓은 뒤 1년 7개월간 금리를 묶어뒀었다. 그러다 작년 10월 금리를 3.25%로 내렸고, 11월에는 금리를 3.0%까지 낮췄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물가상승률 안정세와 가계부채 둔화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예상치 못한 정치적 리스크 확대로 성장의 하방위험이 커지고 환율 변동성이 증대됐다”면서 “향후 국내 정치 상황과 주요국 경제정책의 변화에 따라 경제전망 및 외환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하면서 대내외 여건 변화를 좀 더 점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금통위를 앞두고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동결과 인하 전망이 팽팽히 맞섰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3~8일 채권 보유 및 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0%는 금리 동결을 예상했고 40%는 0.25%포인트(p) 인하를 예상했다. 동결 의견이 더 많았지만 인하 전망도 적지 않아 어느 쪽이든 가능성이 열려있는 상황이었다.
최근 불거진 고(高)환율 흐름이 경기 둔화 우려를 잠재웠다. 환율은 최근 미국 신(新)정부가 도입을 예고한 보편적 관세(미국 수입품에 최대 20%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가 일부 핵심품목에 국한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면서 장중 1450원대로 떨어졌다. 하지만 지난 10일(현지 시각) 미국 비농업 신규고용이 시장의 예상(15만5000명)을 10만명 이상 웃돌면서 미국 경제가 튼튼하다는 인식이 퍼지자 환율은 다시 1470원대로 치솟았다.
미국의 금리 인하 속도 지연 가능성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 대통령에 취임한 후 그간 예고했던 대규모 관세·감세 정책이 시행되면 미국의 수입물가와 소비자물가는 오를 수 있다. 이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이 경우 한은은 현재 1.5%포인트(상단 기준, 한 3.0%·미 4.5%)인 내외금리차를 유지해야 하므로 선뜻 금리를 내리기 어려워진다.
다만 금리 동결의 발목을 잡았던 요인들이 아직 해결되지 않아 추후 금리 인하가 다시 재개될 가능성도 있다. 먼저 비상계엄과 탄핵정국 등 잇따른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내수가 둔화될 가능성이 커진 점이 가장 큰 우려 요인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작년 1~11월 소매판매액 지수는 전년 대비 2.1% 감소하면서 같은 기간 기준 2003년(-3.1%) 이후 21년 만에 최대 폭으로 감소했다.
한국경제를 떠받치던 수출 증가세가 둔화한 점도 금리 인하 필요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작년 12월 일평균 수출은 ICT 품목(27.9%)의 높은 증가세가 이어졌지만, 이를 제외한 품목(-3.6%)은 글로벌 수요 부진으로 감소했다. 한은은 소비 부진과 수출 증가세 둔화 등을 근거로 올해 경제성장률을 1.9%, 내년은 1.8%로 전망한 바 있다. 이는 우리 경제 기초체력인 잠재성장률(2.0%)을 밑도는 수준이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기본적으로 한은이 1분기, 2분기에 각 한차례씩 인하해 연말 기준금리를 2.5%로 낮출 것으로 보인다”면서 “두 번째 인하 시점은 추경 편성 이후나 집행 전후에 맞춰 구축효과(정부의 재정 지출이 비슷하거나 같은 규모의 민간 투자 혹은 민간 소비의 감소를 초래하는 것)를 완화하기 위한 정책 공조 차원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